에이전트 파일의 마지막 칸 — model — 을 채우는 법. 왜 전 일꾼에게 최고급 모델을 주면 안 되는지, 실측된 배치표는 어떻게 생겼는지, 그리고 이 교본의 맺는 말.
§ 00 · 왜 전부 최고급이면 안 되는가
에이전트 머리말의 마지막 칸, model. 초보의 직관은 “전부 제일 좋은 걸로”다. 실측은 세 가지 이유로 반대한다. 첫째는 비용이다 — 하네스가 제대로 돌기 시작하면 가장 호출이 잦은 것은 화려한 구현이 아니라 검증·대조·판정이다. 검문마다 최고급 모델을 태우면, 안전장치의 청구서가 작업 자체보다 비싸진다. 업계의 경험적 추정은 명확하다 — 전체 작업의 칠 할은 중간 이하 등급의 모델로 충분하고, 최고급을 나머지 삼 할의 핵심 작업에만 집중 투입하면 전체 비용이 절반 가까이 준다.
둘째는 속도다. 게이트는 빨라야 한다 — 커밋마다, 푸시마다 도는 검문이 느리면 사람이 먼저 지치고, 지친 사람은 검문을 끄기 시작한다. 우회당하는 안전장치는 없는 것보다 나쁘다 — 있다는 착각을 주므로.
셋째가 본질이다 — 역할 적합성. 검증·판정 작업이 요구하는 것은 창의력이 아니라 규율이다. 체크리스트를 순서대로 밟고, 기준과 다르면 다르다고 말하는 것. 최상급 모델의 장기인 “행간을 읽고 그럴듯하게 재해석하는 능력”은 여기서 미덕이 아니라 위험이다 — 판정자가 기준을 재해석하기 시작하면 게이트가 물러진다. 창조하는 손과 검사하는 손은 다른 손이어야 한다고 했다. 다른 손은, 다른 근육을 쓴다.
§ 01 · 실측 배치표
아홉 작업장의 에이전트 머리말을 전부 열어 세어 본 배치는 이렇다. 기획자와 구현자 — 명세를 설계하고 코드를 짓는, 문제 공간이 열려 있는 역할 — 는 최상급 모델. 검증자, 시뮬레이터 구동꾼, 콘텐츠 정합 지킴이, 비용 회계사 — 정해진 절차를 밟고 대조표를 채우는 역할 — 는 한 단계 아래 모델. 이 이단 배치가 후기 작업장들의 공통 형태다.
시간 축이 흥미롭다. 초기에 지어진 작업장들은 여덟 일꾼 전원이 최상급이었다. 뒤에 지어진 작업장일수록 역할별 분화가 나타난다 — 같은 사람이 청구서와 판정 품질을 둘 다 겪어 보고 도달한 균형이라는 뜻이다. 한편 하한선도 실측된다. 두 작업장은 “최하급 모델 금지”를 헌법에 명문화했다 — 절차가 기계적이어도 판정의 품질이 흔들리는 선 아래로는 내리지 않는다는 것. 여기에 시간 축 배치를 하나 더 얹을 수 있다 — 계획 단계와 최종 검증 단계, 양 끝에만 비싼 추론을 쓰고 가운데 구현은 경량으로 가는 샌드위치. 계획이 정확하면 구현이 쉬워지고, 검증이 정확하면 구현의 실수가 잡히기 때문이다. 배치의 원리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. 절차가 기계적일수록 아래로, 판단이 열려 있을수록 위로, 품질이 꺾이는 선 아래로는 절대로.
같은 원리가 스킬에도 적용된다. 실측된 스킬 머리말에는 노력 수준(effort) 칸이 있다 — 기계적 검사 절차는 낮음, 완료 선언 게이트나 체계적 디버깅처럼 판단이 필요한 절차는 높음. 모델 등급과 노력 수준, 두 개의 다이얼로 “이 일에 얼마짜리 주의력을 태울 것인가”를 역할마다 따로 정하는 것 — 그것이 배치다.
§ 02 · 맺는 말 — 불신의 기술이 아니다
여기까지 왔으면 눈치챘을 것이다. 이 교본은 기계를 미워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. 하네스는 불신의 기술이 아니라, 신뢰가 없어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기술이다 — 그리고 역설적으로, 그 구조가 생긴 뒤에야 기계의 “다 했습니다”는 비로소 믿을 만해진다. 검수관을 통과했고, 센서가 0을 반환했고, 게이트가 열렸다는 뜻이 되니까.
채팅으로만 일을 시켜 온 사람에게 남기는 최소 경로를 다시 줄인다. 헌법 60줄을 적어라. 수정 도구 없는 검수관 하나를 만들어라. 완료 선언 게이트 스킬 하나를 만들어라. 푸시 검문소를 잠가라. 이 네 가지는 이번 주말 하루면 된다 — 03편의 주문 예문을 쓰면 반나절이면 된다. 그날 이후로 너의 저녁은, 기계의 자백이 아니라 종료 코드가 지킨다.
그리고 이 시리즈의 관례가 된 마지막 경계. 이 교본도 아홉 작업장의 오늘을 실측한 것일 뿐, 일주일 뒤의 정합성은 보장하지 못한다. 도구는 바뀌고, 관례는 이동한다. 그러니 이 글의 어떤 문장이 네 화면의 실측과 어긋나거든 — 망설일 것 없다. 이 글을 의심하고, 네 화면을 믿어라. 그것이 이 교본이 가르친 전부이므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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